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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합장/ 이화은

작성자이솝|작성시간14.09.18|조회수185 목록 댓글 0

합장

이화은

 

 

 

나이 들어가니

나이를 묻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갈코리 같은 질문 앞에

죄 지은 듯 움찔 놀란다

사는 일이 죄 짓는 일이니

나이의 무게가 죄의 무게와 다름 아니니

내 부끄러움은 유별날 것도 없는데

오백 년 봉인된 한 여자의 부끄러움을

굳이 찾아 추궁하던 발굴현장

무덤 속 나란히 누운 남녀는

무심히 꽃길을 산책하듯

오랫동안 다정해 보였는데

끈질긴 세상은 그들에게

어김없이 또 나이를 묻는다

남자는 이빨 서른둘이 모두 성성하니

새파란 나이에 죽었을 거라 했다

여자의 이빨은 드문드문 아래위 여나믄 개

젊은 남편 곁에 뒤늦게 누우며

저 여자

혼자서 삼킨 나이가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젊은 남편 자다가 깨어

당신 올해 몇 살?

그렇게 물었을지 몰라

썩지 않는 나이를 나란히

유리 상자 속에 보관하는데

오백 년 동안 여자였던, 여자는 없고

나이만 홀로 부끄러워

 

 

- <미레르바> 201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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