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장
이화은
나이 들어가니
나이를 묻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갈코리 같은 질문 앞에
죄 지은 듯 움찔 놀란다
사는 일이 죄 짓는 일이니
나이의 무게가 죄의 무게와 다름 아니니
내 부끄러움은 유별날 것도 없는데
오백 년 봉인된 한 여자의 부끄러움을
굳이 찾아 추궁하던 발굴현장
무덤 속 나란히 누운 남녀는
무심히 꽃길을 산책하듯
오랫동안 다정해 보였는데
끈질긴 세상은 그들에게
어김없이 또 나이를 묻는다
남자는 이빨 서른둘이 모두 성성하니
새파란 나이에 죽었을 거라 했다
여자의 이빨은 드문드문 아래위 여나믄 개
젊은 남편 곁에 뒤늦게 누우며
저 여자
혼자서 삼킨 나이가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젊은 남편 자다가 깨어
당신 올해 몇 살?
그렇게 물었을지 몰라
썩지 않는 나이를 나란히
유리 상자 속에 보관하는데
오백 년 동안 여자였던, 여자는 없고
나이만 홀로 부끄러워
- <미레르바> 2014.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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