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빗방울화석 / 손택수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4.09.22|조회수292 목록 댓글 0

 

처마 끝에 비를 걸어놓고

해종일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나 듣고 싶다

밀린 일 저만치 밀어놓고, 몇년 동안 미워했던 사람 일도 다 잊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쫒아다니던

밥벌이 강의도 잊고

빗방울 소리를 듣는 건

오래전 애인의 구두 굽이

길바닥에 부딪는 소리를 듣는 일

가난한 골목길을 따라 퉁퉁 부은 다리로 귀가하는 밤길

긴 통화를 하며

길바닥에 부딪는 똑똑똑 소리를

내 방문 노크 소리처럼 받는 일

툇마루에 앉아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헤아리다가

나는 묵은 편지를 마저 읽으리라

빗방울 받아먹는 귀만큼

꼭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또르르 굴러가던 방울이 쏘옥 들어가 박히던

움푹 팬 자리,

그런 자리 하나쯤 만들어놓고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창비, 2014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