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419호]
자정
문정영
밤의 한가운데를 바르게 펼쳐놓았다는 뜻이다.
한밤에 꽃잎 떨어지면 하루가 가벼워지고 사랑니 빠진 자리에 혀가 들락날락하는 것같이 허전하다.
허공을 풍경으로 하기에 아픈 시간이 자정이면 어둠을 자근자근 씹고 있는 꽃나무의 한때도 자정이다.
내 입속 가시 부러지는 소리, 몸속으로 들어간 어둠 빠져나가는 소리 크게 들린다.
눈물도 꽃잎처럼 가벼워져야 떨어진다.
자주 어두워지는 표정을 소리로 바꾸면 한숨이다.
뼈에 장기에 소리들이 들어차고 소리들이 빠져나가는 소리.
어떤 소리는 부드러움을 잃었고, 어떤 소리는 활기가 없다.
풍경 이전의 허공, 한숨 직전의 표정이 나의 자정(自淨)이다.
- 『그만큼』(시산맥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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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영 시인의 신작 시집, 『그만큼』에서 한 편 띄웁니다. 밤의 한 가운데... 이곳에서 저곳으로...나에게서 너에게로... 넘어가는 경계... 특별한 시간... 「자정」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지요. 자정은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경계일까요? 아니면 어제에서 오늘로 넘어오는 경계일까요? 자정(子正)이 하루를 시작하는 자시(子時)의 한 가운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러니까 오늘 27일의 자정이라면 어제의 0시를 가리키는 건가요? 아니면 오늘의 0시를 가리키는 걸까요? 이래도 맞는 것 같고 저래도 맞는 것 같지 않나요?
문정영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시인도 어느날 문득 자정에서 순간 길을 잃었던 게 아닐까? 오늘인지 내일인지... 그렇게 자정을 통한 시적 사유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말입니다. "허공을 풍경으로 하기에 아픈 시간이 자정이면 어둠을 자근자근 씹고 있는 꽃나무의 한때도 자정이다." 자정의 시간적 정의를 풀어놓더니 "풍경 이전의 허공, 한숨 직전의 표정이 나의 자정(自淨)이다" (子正)을 자정(自淨)으로 슬그머니 그 몸을 바꿔놓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루에 한 번은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 하루에 한 번은 자기의 허물을 씻어내는 시간... 하루에 한 번은 오롯이 명상에 잠기는 시간... 그런 자정(子正)의 시간, 자정(自淨)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그도 아니면 자기만의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구요.^^
2014. 10. 27
강원도개발공사 대외협력팀장
박제영 올림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시우(時雨) 작성시간 14.10.28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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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다래투 작성시간 14.10.29 저승에서 저승으로.
이승에서 이승으로.
자정은 내 시간이 아니다.
자정은 하나님의 시간.
하나님이 세상을 재 창조하는 시간.
흔히 25시라고도 한다.
*수고하심에 꾸벅 인사 올림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셔요
다래올림* -
작성자이솝 작성시간 14.10.31 자정을 만들던 날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리고 누군가는 뒤통수를 만지며 어리둥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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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JOOFE 작성시간 14.11.02 눈 뜨고 있다가 어김없이 눈 감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