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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예니세이 강가에서 부르는 이름 /박소원

작성자박제영|작성시간15.06.15|조회수171 목록 댓글 0

[소통의 월요시편지_452호]
 

 

예니세이 강가에서 부르는 이름


박소원

 

 


여기가 끝인가. 흥건한 대지大地를 내려다본다
물 많은 강물들 흘러넘치는 물가에서
북녘 땅 어느 강가에서
내가 너에게 돌아가고자 막, 결심을 하였을 적
나는 물길을 따라 방랑하는 목마른 나그네였다


무성한 녹색의 무게를 탕, 탕 튕기며
수위 깊은 물속으로 가지들 척 척
침수시키는 러시안산 거목곁에서
나도 내가 너무 무거워져
열 손가락을 강물에 담근 채, 오래도록 목을 축인다


강물은 멈춤없이 어디에서 흘러왔는지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이정표를 세우지 않고 흐른다
빽빽이 서 있는 나무와 홀로인 사람의 그림자를 지나쳐서
높고 긴  다리 밑으로 흘러간다


누군가의 고향으로 두려움없이 
흘러가는 고수기高水期의 강물들 철썩 철썩
등 떠밀고 서 있는, 가뭄 깊은 나는
문득 나로부터 너무 먼 나의 이방인이다


고향에서 아주 먼 그곳에서
내가 나에게 돌아가고자 막, 마음을 먹었을 적
물속에서 무언가 내 손을 부여잡는다 
그 힘에 끌려 - 가야지 어서 가야지
내가 나에게 돌아가고자
재촉하는 마음을 일으키는데 - 그 서두름 속에는
어쩐지 서러움이 흘러 넘쳤다

 

- 웹진, 《시인광장》, 2015. 6

 

 

 

*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사정이 허락히 않을 때.... 그럴 때 이런 시를 읽으면 되지 않을까...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먼 북녘 러시아의 예니세이 강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이니... 만수에 이른 강물이 파도를 일으키면 철썩 철썩 거침없이 북극해로 흘러나가는 풍광이... 러시아산 거목들이 강물에 떠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요... 마치 내가 시인이 되어 그 강물, 그 자리에 서 있는 착각에 빠져듭니다... 이윽고 '어쩐지 서러움이 흘러 넘'치기 시작하면... '가뭄 깊은 나는/ 문득 나로부터 너무 먼 나의 이방인이다'는 문장이 서늘해지면... 당신과 나의 가상여행은 마침내 절정에 이른 것일 테지요...



이번 달 있을 생애 첫 개인전("視, 詩가 되다")을 준비하면서 거의 한 달을 밤을 새다시피 준비하면서... 새삼 내 안의 어떤 "끼"와 조우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헤어졌던 그 녀석을 다시 만난 것인데요... 이번 개인전이 앞으로 전개될 "미지와의 조우"... 그 문을 여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난 오십 년 생각하면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왔으니' 이제 다시 나에게 돌아가야겠지요...



여러분도 너무 멀리 자기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버리지는 마시길... 영영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2015. 6.15.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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