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서 [유치환]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보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灼熱)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아마도 사막에 가면 신의 존재를 분명히 알게 되리라.
사막이 아닌 곳에서 어찌 신의 존재를 논하리.
그 원시의 시간에 있어보지 않고 우리가 어찌 그 시대를 안다 할 수 있으리.
세상은 넓고 우리의 존재는 미미하다.
조금 아는 것만으로는 안다고 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면 좋겠다.
올 여름엔 청마문학관을 가볼까 한다.
나는 마산쯤에나 있을까 싶었는데 통영에 있단다.
몽돌해수욕장도 갈 겸 통영을 가보아야겠다.
노스탈쟈도 있고 에메랄드빛도 있고 페이브먼트도 있을 법한 통영, 그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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