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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박제영

작성자박제영|작성시간15.12.28|조회수188 목록 댓글 1

[소통의 월요시편지_480호]

 

 


엉겅퀴


박제영




텅 빈 숲 기슭에

엉겅퀴 홀로 지고 있다


지난 계절,

가시를 세우고 독을 품은 것도

제 설움을 가리고 싶었을 뿐이라며


보라,

보랏빛 한 설움이 지고 있다


한 생을 꼬박 앓고도

꽃으로 스미지 못 한 당신,

그리고 나


보라,

엉겅퀴 하얗게 지고 있다


 

 

한 해가 또 저뭅니다. 올해 마지막 시편지를 띄웁니다. 올해 첫 시편지로 띄운 것이 도종환 시인의 「책꽂이를 치우며」라는 시였는데 기억하실런지요? 마음의 창을 가리고 있는 쓸데없는, 쓸모없는 책(지식)들은 없는지... 가끔은 지식도 분리수거가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한 해를 시작했더랬지요. 


올해 마지막 시편지로 무얼 띄울까 고민하다 졸시, 「엉겅퀴」를 띄웁니다. ‘하나의 꽃이 사랑이기까지 /하나의 사랑이 꽃이기까지/ 우리는 얼마나 잃고 또/ 떠나야 하는지’(「엉겅퀴의 노래」) 복효근 시인의 시문을 지팡이 삼아 산에 올랐더랬지요. 원창고개를 올랐더랬지요. 그 기슭에 홀로 지고 있는 엉겅퀴가 왜 그리도 쓸쓸하고 서럽던지요. 지난 여름의 일이었습니다.


붉은 꽃 다 떨구고 하얗게 지고 있는 엉겅퀴. 엉겅퀴처럼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시편지 식구들 모두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도 그저 여여하시기 바랍니다. 

   


2015. 12. 28.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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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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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금란초 | 작성시간 15.12.28 보라.보라.. 지리산에서 보면 엉겅퀴가 그 보라가 너무 이뻐요.
    시편지2015년 감사했고
    내년에는 더 진한 보라편지 부탁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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