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악, 이라 말한다고 음악이 되지 않고
내가 새,라 말한다고 새가 날아오지는 않는다
말이란 묘한 것
새라 말함을 들으며 새를 생각함은 무엇이고
음악이란 말 속에 음악이 있다는 믿음은 무엇인가
새 훨훨 새 훨훨 새 훨훨은 나는가
음악 마단조 음악 포르테 음악 마단조 하면 들리는가
오르내리는 활
오르는가
내리는가
무희, 하면 웃는가
무희, 하면 꽃이 많은가
무희는 기능적인 존재 몸을 움직임이 핵심이다
몸, 하면 그대의 몸은 말랑말랑 풀어지는가
무희는 나팔 위의 꽃 물속에서 녹아내리는 국수 한파 속의 불꽃
무희의 발은 무엇을 지탱하고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희의 발이 떠오를 때
무희가 땅을 밀어내는가 땅이 무희를 밀어내는가
무희의 두 입술이 맞닿음으로부터 시작하여 둥근 모음의 울림을 전파시킨다
희,는 그다음에 온다
까무라치며 숨이 죽는 그 소리
단어와 단어 사이에 거울을 놓고
단어들이 서로를 가리키며 부단히 웃게 해주자
나 / 너
바람 /양말
겨울 / 해
두쌍의 단어들이 나란히 늘어설 때
같은 쪽의 단어들은 동의어라는 환상을 지니도록 생각하자
머리를 세탁물에 넣은 듯 축축해지며
나= 바람=겨울 양말= 너= 해
햇살이 빨랫줄에 걸린 양말을 뚫고 너의 얼굴에 닿을 때
입에서 새어나오는 한숨을 미풍이라고 부르자
현실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며
너의 자세가 모든 걸 돌려놓기 위해서
혼자 있을 때
사물의 영상이 너에게 뛰어들게 하기 위하여
뛰어들어 너를 엉킨 국수처럼 만들 때
초점 없는 햇빛이 네 속에 육수처럼 스며들게 하기 위하여
나는 이름을 지녔다
나를 부른다고 거기 갈 순 없다
나의 이름을은 전화번호부에 오르고
심지어 내가 나를 이름으로 기억할 때도 있다
허나
이 순간은 낯설다
차가운 공기와 환한 빛이 뒤섞여
특이한 자세를 취하며 창문으로 쏟아지고 있다
이것을 부를 말이 필요하다
말은 곧 사라진다
허나
말은 죽어도 가슴의 감각은 남고
맞게 발음한다면 굳어진 진흙을 깨뜨리는 부드러운 물줄기의 열쇠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 * *
어둡고 뭉근한 맨드라미
운동장에서 자기 손을 씹어 먹는 소년
포탄을 파괴하는 까마귀
* * *
모두 돌아올 것이다
[물고기의 기적], 창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