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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실상사 가는 길 1 / 이문재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6.03.13|조회수237 목록 댓글 0

 

 

저렇게 산이 가파르다간 하는데

상쾌한 물소리 들린다 도계가

가까운 마을들 근신하듯이

밤길 홀로 걸어, 실상사(實相寺) 다리를

건넌다 예부터 실상인가 별들은

지독한 피부병처럼 잔뜩 성나 있고

천왕봉 날망은 잘 버려져 있다

지리산은 지금 지이산(智異山)

밤에 우는 새소리는 띄엄띄엄

뼛속으로 깃들어 참회가

모자라는 한 생애를

잠 못 들게 한다 근신하라

근신하라고 한다 돌아온 길이며 건너온

물길들하며 또, 한 방울 눈물에도

젖어 드는 허물들하고,

그 순간 한 발짝을 못 내밀게 하던

미안함들이 여기까지 따라와 있다

지이산 한 자락, 생애의 지리에

너무 어두워, 실상을 찾지 못해

하룻밤 눕는데, 문밖에서

누가 오늘 앞산은 허, 지이산이구나

하고 간다 이 근신은 언제 해맑아져

그대 앞에서 떳떳해질 것인가

지리(地理)여, 지이(地異)여, 지이(智異)인 것이여

그 사이사이에 실상은 있는가

 

 

 

[산책시편],민음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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