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처 없는 것들이 밤새 숲을 흔들며 거센 강물 소리를 부려놓는다 잠자리를 뒤척이며 듣는 바람머리 길목 처마 끝에 목을 맨 풍경소리가 현기증처럼 어지럽다 이윽고 내리는 해묵은 것들 씻어내는 봄비구나 세상의 무엇이 힘겹지 않겠는가
빗발이 일고 이제 낙숫물 소리 불을 켜놓고 잠이 들었군 아침 봄비 속에 물안개가 자욱하다
나무들이 안개의 숲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아무것도 없는데 내 입을 통해 나온 말이 내 귀에 닿는다 흠칫 놀란다 또 혼잣말을 하다니 그 말이 또 귀에...... 씁쓸한 웃음이 빗소리에 젖는다 젖은 마음이 비를 따라간다 깃을 적신 채 나뭇가지에 움추린 저 작은 멧새, 벌레를 잡는지 깃을 적시는 봄비가 허기를 채우지는 않겠지
밥이 좀 남아 있던가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문학동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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