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부산에 내려가서
바다 한번 휘잉 돌아 인사 끝내고
초원복국이나 할미복집이 아니더라도
복어를 안 먹으면
부산 갔다 온 것이 아니다.
참복, 은복, 가시복, 밀복, 졸복 등을 입맛대로
매운탕, 지리, 수육, 구이, 회로 먹는다
그중 종잇장처럼 얇게 저며 나오는 회는
독에 따라 1도, 2도, 3도 하며 나오는 회는
이건 예술의 예수다.
몸이 전율하는 칼 가진 자의 예술이다.
내 고향 주문진에는
복어 전문 음식점도 따로 없지만
칼 든 사람은 아무나 복을 다루어서
복어회를 떠 달라 주문해도 저들의 칼질에는
산 밑 집에 방앗공이 놀듯이
도저히 종잇장처럼 나오질 못한다.
같은 갯가 사람들인데 물색이 달라서인지
좀 과장하자면
혹시 종잇장처럼 떠지면 먹을 게 없다고
잘못 되어 큰일 난 줄 안다.
그거 다 어딜 가나 후한 인심 탓이리라.
하지만 예술 같은 회 뜨는 얘기는 그만 접고
내 고향이나 서울보다 부산이 다른 것은
복지리를 시키면 부산식 아니면
남도 스타일인지 국에 식초를 넣는 것이다.
부산 가서는 왜 이렇게 먹는지도 모르면서
뜨물 먹고 술주정하는 스타일로
나도 무조건 부산 가면 부산식대로 논다.
[꽁치],시인동네,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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