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594호]
봄 편지
정한용
두 점 사이에 우린 있습니다.
내가 엎드린 섬 하나와
당신이 지은 섬 하나
구불구불 먼 길 돌아 아득히 이어집니다.
세상 밖 저쪽에서 당신은
안개 내음 봄 빛깔로 써보냅니다.
잘 지냈어…… 보고픈…… 나만의……
그건 시작이 아니라 끝, 끝이며 또한 처음
맑은 흔적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혹시 압니까
온 세상 왕창 뒤집혀 마른잎 다시 솟고
사람들 이마에 꽃잎 날릴 때
그 너울 사이사이
흰 빛 내릴 때
그쪽 섬에 내 편지 한 구절 깊숙이 스미고
이쪽 섬에 당신 편지 한 구절 높이 새겨져
혹시 압니까
눈물겨운 가락이 될지 섭리가 될지
아프게 그리운
한 흙이 될지.
- 『흰꽃』(문학동네, 2006)
*
3월이니까 봄입니다. 정말 그런가요? 정말로 3월이니까 봄인가요? 설마 "봄 : 3월, 4월, 5월 / 여름 : 6월, 7월, 8월 / 가을 : 9월, 10월, 11월 / 겨울 : 12월, 1월, 2월" 이렇게 4계절을 도식적(기계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봄은 3월에 시작되는 게 아니지요... 누군가에게 봄 편지를 쓸 때, 누군가에게 봄 편지를 받을 때, 그때 비로소 봄은 시작되는 겁니다.^^ 아닌가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아무튼 저는 오늘 아침 이 시편지가 당신에게 봄 편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편지를 쓰고 있는 걸요.
당신의 봄이 활짝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한용 시인의 시 「봄 편지」를 띄우고 있는 것을요.
아, 십여 년 전 정한용 선생의 「봄 편지」를 변용해서 아내에게 봄 편지를 띄운 적이 있습니다. "혹시 압니까 시인의 말처럼 '당신 섬에 내 편지 한 구절 깊숙이 스며 / 아프게 그리운 / 한 흙이 될지.'... '내가 엎드린 섬 하나와 / 당신이 지은 섬 하나 / 두 점 사이'에서 우리는 구불구불 아득히 먼 길 돌아왔지요... 그 사이 아이들도 태어나고 자라서는 저마다 섬이 되었지요.... 사는 일이란 어쩌면 외로운 섬과 외로운 섬이 외로운 섬을 낳는 일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것이 운명이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당신이 있어 조금은 덜 외로웠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조금은 덜 외로웠습니다....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그러니 시편지를 읽고 계실 당신도 정한용의 시 「봄 편지」를 누군가에게 띄워보내면 어떨런지요.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바로 그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에게 봄이 활짝 열리도록 말입니다.^^
아시겠지요.
3월이라 봄이 아니라
봄 편지를 읽고 있어서 봄입니다.^^
2018. 3. 5.
월간 태백/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