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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새, 노련한 새 / 방우달

작성자박제영|작성시간18.08.27|조회수232 목록 댓글 0

[소통의 월요시편지_619호]

 

서투른 새, 노련한 새

 

방우달

 

 

 

떠날 때를 보면
떠나고 난 후에 보면
떠난 새가 제대로 보인다.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
떠난 후 가지가 한참 흔들린다.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
떠나가도
늘 앉아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가지에게 포근한 무게를 느끼게 한다.


-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리토피아, 2002) 

 

 

*

방우달 시인의 시집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에서 한 편 띄웁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뉴스 중 하나가 헤어진 애인에 대한 스토킹과 폭력입니다.
본래 만남보다 헤어짐이 어려운 법이지요.

본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정갈히 하는 게 더 어려운 법이지요.

그래서 더욱 더 잘 다스려야 하는 게 뒷모습이고, 헤어짐이라고 했지요.


시인은 말하길 "서투른 새는/ 나뭇가지를 요란하게 흔들고 떠난다"고 "떠난 후 가지가 한참 흔들린다"고 합니다.

시인은 말하길 "노련한 새는/ 가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모르게 흔적도 없이 조용히 떠난다"고 합니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많은 서툰 이별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는지요.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별이 기다리고 있는지요.


연습은 이만하면 되었으니, 이제 저도 노련한 새가 되어 흔적도 없이 조용히 이별할 줄 알아야 할 나이가 된 듯싶은데...

글쎄요... 만남도 이별도....아직도 영 서툰 건 아닌지...^^

 

지난 토요일, 달아실 문학여행 두 번째 이야기 "김현식과 오민석의 문학토크"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될 달아실 문학여행에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8. 8. 27.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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