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
김은경
겨울이 끝났으나 다음 계절이 없다
봄은 장롱 안에서 소진돼 가라고 그냥 두었다
보고 싶다는 말
아름답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나,
나는 기도했지
당신이 잃었으면 (눈을)
당신이 알았으면(피를)
당신이 앓았으면(비로소 사월을)
한때는 세상의 모든 병원을 무너뜨릴 꽃이,
꽃이 피고 있다고 믿었지
지금 이곳은 면도날로 저민 꽃잎 같은
모욕만이 무성하나니
울기 싫은데 매일 울기만 하는 사람처럼
죽기 싫은데 완전히 살아 있지는 못하는 환자처럽
고백에 서툴고
생활에 서툴고
셈에 서툰 사람으로 늙어가는 일
상복입은 목련나무 아래서
거무죽죽한 부표(浮慓)를 줍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엄마 엄마 엄마...
빈 소라 껍데기 같은 허공에서 들려오는 먼먼 목소리
고양이처럼 잔뜩 몸을 웅크린 이가
비로소 파종하는 한 떨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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