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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물속에 꽂아둔 책/ 장정욱

작성자박제영|작성시간19.05.27|조회수193 목록 댓글 2

[소통의 월요시편지_658호]

 

물속에 꽂아둔 책

 

장정욱

 

 

 

그는 물속에서 책 한 권을 건져내었다

 

물빛에 바랜 에필로그와
물빛에 녹아든 마지막 구절을 찾고 있다

 

제목과 지은이 모두 지워진 책은
바닥의 평온을 읽기 시작했는지
오랫동안 물속에 고립되었다

 

의미가 다 빠져나간 줄거리
흐르고 흐르면
다음의 봄이 오고 말 텐데

 

텅 빈 페이지를 들여다보며
무릎이 허물어지도록
흐릿해진 밑줄에 몰두하는

 

뻑뻑한 밤

 

건져 올린 책 모서리에서 여백마저 흩어지면
더는 기억하지 못할 눈망울로
책 속 주인공이 그를 바라보았다


- 『여름 달력에 종종 눈이 내렸다』(달아실, 2019)


 

 

 

*

기다리도 기다리던 시집이 드디어 나왔네요.

장정욱 시인의 첫시집 상재를 축하드리면서.....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에서 한 편 띄웁니다.

 

「물속에 꽂아둔 책」

 

여러분은 이 시를 어떻게 읽을지 궁금합니다.

 

'물속에 꽂아둔 책'을 저는 '기억 속에서 흐려지고 있는 사람'으로 읽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이제는 내 곁을 떠난 그 사람

오직 내 기억 속에만 남았지만 이제 그 기억마저도 흐릿해지고 있는 그 사람

"이제는 의미가 다 빠져다간 줄거리"가 되어버린

그 사람과의 추억들

이제 그 사람을 완전히 떠나보내기 위한 조용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중이구나

저는 그리 읽습니다.

 

기억을 지우면서 채우고

기억을 채우면서 지우고

그렇게 기억과 함께 흐릿하게 사라지는 것이니

크게 기쁠 것도 없고

크게 서러울 것도 없는데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다 싶은데....

막상 흐릿한 기억에 울음을 터트리는 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책을 물속에서 건져내어 읽고 있는지요?

 

 

2019. 5. 27.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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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JOOFE | 작성시간 19.05.29 정모때 달아실에서 출판한 시집을 몇권 가져가 나누었는데
    혹시나 누군가 그시집에서 시를 한편 올려줄까 기대했지만
    물속에 꽂아두었는지 아직 시 한편 올라오지 않네요.ㅠ,ㅠ
  • 답댓글 작성자박제영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6.10 이번 시사랑 정모 때는 꼭 가고 싶었는데... 또 못 갔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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