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문태준]
만일에 내가 지금 이곳에 있지 않았다면
창백한 서류와 무뚝뚝한 물품이 빼곡한 도시의 캐비닛 속에 있지 않았다면
맑은 날의 가지에서 초록잎처럼 빛날 텐데
집밖을 나서 논두렁길을 따라 이리로 저리로 갈 텐데
흙을 부드럽게 일궈 모종을 할 텐데
천지에 작은 구멍을 얻어 한 철을 살도록 내 목숨도 옮겨 심을 텐데
민들레가 되었다가 박새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비바람이 되었다가
나는 흙내처럼 평범할 텐데
-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2018
* 시간 내어서 외국을 여행할 수는 없고
가끔 티비에서 파미르고원이나 티벳 같은 오지의 여행을 경험한다.
염소 몇 마리, 야크 몇 마리 키우며 젖이나 짜서 치즈를 만들어 먹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무한한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개그맨이 자연인이라는 타이틀로 오지중의 오지에 홀로 사는 사람을 찾아다니는데
이곳에 사는 자연인들은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도 나름 건강하게 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빡빡한 생활속에서 파김치처럼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오지나 시골로 가서 살 수는 없을 게다.
도시의 주변에도 소박한 자연은 있으니 자연을 보고 느끼며 힘을 얻어도 좋을 게다.
지금은 금계국이 한창이니 가까운 바람의 언덕에 가서 바람을 맞을 일이다.
오, 바람의 언덕.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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