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장정욱
칸나가 키를 늘리며
붉은 저녁을 넘어섰다
저수지에 들어간 물푸레나무는
침례를 마친 후
순수해진 얼굴로 되돌아 나왔다
어둠은 착해져
누군가 던져놓은 파문을 은은하게 다독여 주었다
바람의 목줄이 풀렸다
길 잃은 골목이 개를 쫓아갔다
사람들은 자신의 탯줄을 끌고
어디까지 떠날갈 수 있을까
줄었다 늘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어지길 바라는 하루
오늘은 팽팽한 밤
네에게 가려고 긴 목줄을 늘여놓았다
길 끝에 묶여 있던 강아지풀이
부쩍 마른 혀로 내 발등을 핥았다
시집『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
인천 출생
2015년 <시로 여는 세상>등단
2918년 수주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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