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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죽은 피리 살리기 /마경덕

작성자김명서|작성시간19.06.02|조회수141 목록 댓글 0

죽은 피리 살리기

   마경덕





저 쌍골죽

잎마른병을 버틴 병죽病竹이다

골이 파인 살이 단단하고 소리가 잘 여물었다

뚫린 구멍으로 선계仙界까지 불러들인다는데


숨을 밀어 넣고 지공을 막아도 맥이 뛰지 않는다

사람의 입김으로만 혈이 트인다는

이 어둠은 몇 겹일까


거슬러 오르면 만파식적의 뿌리에 닿을

영목靈木이라.


헛바람으로는 감히 심장에 닿을 수 없어

어깨와 입술로 곡진히 받든다 


대숲은 봄의 뼈마디에 또 방을 짓고 칸칸 맑은 바람을 쌓는데

탁한 가슴은 받지 않겠다는 듯,


꽉 닫힌 죽관

대금 속으로 들어갈 문이 없다


갈대 속청의 떨림도 말라 죽음과 잠의 사이에서

몇 해

자는 듯, 죽은 듯




시집 ㅡ『사물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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