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피리 살리기
마경덕
저 쌍골죽
잎마른병을 버틴 병죽病竹이다
골이 파인 살이 단단하고 소리가 잘 여물었다
뚫린 구멍으로 선계仙界까지 불러들인다는데
숨을 밀어 넣고 지공을 막아도 맥이 뛰지 않는다
사람의 입김으로만 혈이 트인다는
이 어둠은 몇 겹일까
거슬러 오르면 만파식적의 뿌리에 닿을
영목靈木이라.
헛바람으로는 감히 심장에 닿을 수 없어
어깨와 입술로 곡진히 받든다
대숲은 봄의 뼈마디에 또 방을 짓고 칸칸 맑은 바람을 쌓는데
탁한 가슴은 받지 않겠다는 듯,
꽉 닫힌 죽관
대금 속으로 들어갈 문이 없다
갈대 속청의 떨림도 말라 죽음과 잠의 사이에서
몇 해
자는 듯, 죽은 듯
시집 ㅡ『사물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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