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이병률]
그대가 일하는 곳 멀리 자전거를 세우고
그대를 훔쳐보는 일처럼
반쪽의 반쪽밖에 안 되는 나는
비겁이라는 꽃 이파리 머리에 꽂고
시시덕시시덕 오늘도 얼마나 비겁했던가요
당신이 자전거 쪽으로 다가와
우산을 버리고 돌아설 때에도
나는 비겁을 뒤집어쓰고 몸을 돌려 서 있습니다
그 자리에 당신 그늘이 생깁니다
천 년에 한 번 사랑을 해서 그런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머릿속에 그토록 많은 꽃술이 매달릴 수가
천 년에 한 번 죽게 될 테니 그렇게 된 거라고
아니면 그토록 한 사람의 독으로 서서히 죽어갈 수야
혼자인 것은 비겁하지 않은데
당신을 훔쳐보는 일은
당신 하는 일 앞에서 비겁한 일이어서
십 년을 백 년처럼
당신을 보러 이곳에 오고
당신은 어느 바다로 흘러가지도 않으며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주차할 수 없는 구역에
단독 주차하는 나를 위해
마냥 봄처럼 십 년을 당신이 있습니다
- 눈사람 여관, 문학과지성사, 2013
* 나에겐 주페나무라 명명한 나무가 여럿 있다.
그중 하나는 보탑사에 있는 사백년 된 느티나무.
또 하나는 안성의 어느 시골 마을에 있는 이름 모를 나무.
그리고 십년 전부터 집에서 키우던 커피나무가 그것이다.
힘들 때 찾아가서 위안 내지는 힐링을 얻고 오는데
집에서 키우는 커피나무는 정성껏 물을 주고 화분갈이 해주니
지금은 삼년전부터 꽃이 피고 열매가 열려 더 많은 힐링이 된다.
그 열매로 많은 이에게 커피나무 화분을 분양해 주었다.
좁은 거실에 그 새끼의 새끼들이 가득하다.
이번 주에도 누가 달라는 사람이 있어 한뼘 자란 커피나무를 주기로 했다.
아이보리 하얀 꽃이 피고, 지는 순간부터 녹두알이 자라고 마침내 붉은 열매가 된다.
아무도 주차할 수 없는 구역에 나만 혼자 주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