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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다른 장소에서 기다리다 / 장정욱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6.11|조회수144 목록 댓글 0

 

앞문의 햇볕을 보지 못한 채

비가 내리는 뒷문으로 내려왔다

 

후렴구가 긴 노래처럼

정류장 의자는 자주 먼 생각에 빠졌다

 

구름은 어느 정류장에서 시동이 꺼지는지

기다렸던 비를 태우고 어디로 사라지는지

 

수신과 발신 사이에 서 있는 공중전화기

막 도착한 빗방울들을

두 개의 문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공터의 풀잎들은 내일까지 젖어들었고

빗줄기는 날짜 없는 차표를 들고 한없이 길어졌다

 

문과 문 사이에 놓여 있는 횡단보도, 가로수가 일렬로 길을 건널 때

 

낡은 햇볕의 앞문과

비에 잠긴 뒷문이 서로 마주치지 않게

정류장 표지판은 여름의 노선을 슬쩍 지웠다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달아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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