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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면벽 118 / 강세환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6.12|조회수196 목록 댓글 0

 

―― 시집

 

 

저 시집들을 다시 읽지 않을 것이다

집수리하던 사장은 다 갖다 버려라 했고

집사람도 빼곡한 시집들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손끝이 내 가슴 언저리 닿는 것 같아

당장 다 꺼내놓고 읽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뜨거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도 식었지만 저들도 다 식었다

책장에 빽빽하게 꽃혀 있는 수백 권의 시집들

언젠가 내 손으로 꽁꽁 다 묶어서

일요일 밤 폐지 더미 옆에 갖다 놓을 것이다

이제 저들을 다 버려야 할 것 같다

저들도 알고 나도 너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저들을 떠날 수도 없고

저들을 차마 다 갖다 버릴 수도 없다

나는 결코 버리고 떠나기 위해 사는

수도자가 아니다

 

[면벽], 천년의시작,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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