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경이는
혹시 구름의 신발은 아닐까?
구름이
비를 머금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벗어두고 간
그런 신발은 아닐까?
길이 생기면, 맨 먼저 모습을 나타내는 것
자신을 신고 가라고, 맨발로도 자신을 신고 가면 길 잃지 않고 걸어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푸른 손짓을 하고 있는 저것
멩인안내견처럼, 손에 초록의 고삐를 쥐어주는 저것
마치 木魚처럼, 자신의 몸을 쳐
길을 가르쳐주고 있는 저것
그렇게 길을 가르쳐주다가 발 밑에서, 쇠바퀴 밑에서 몸 다 으깨어져도
그렇게 으깨어질수록, 더 푸르게 잎 튀워
다시 푸른 손수건을 흔들고 있는
저것,
마치 대지가 길을 만들기 위해 삽질을 하다가 떨어트린 땀방울 같기도 한
질경이
혹시, 길이 되고 싶은 구름이 그 땀방울을 머금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다가 길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벗어두고 간
그런 신발은 아닐까?
사람들은
이 지상에서 구름이 되라고, 그 신을 신고
땀의 비를 내리는 구름이 되어, 지상의 모든 목마른 것들을 적셔주는
그럼 맑은 물줄기의 길이 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離騷이소*의 구름
혹은, 그 길의
經경,
질경이*는 혹시, 그런 구름의 신발은 아닐까?
* 굴원의 시
* 경상도에서는 길을 질로 발음하기도 한다
[도장골 시편],천년의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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