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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밤의 후렴구 / 이수명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7.02|조회수217 목록 댓글 0

 

 

 밤이 나를 들고 있다. 나는 들려 있다. 밤이 나를 꺼낸 것이다. 나는 꺼내져 있다. 나는 밤의 후렴구, 조금 넓게 밤 속에 펼쳐져 있다. 밤이 나아간다. 나를 들고 나를 어깨에 둘러메고 허공에 나를 묻히며 걸어간다. 나를 들이대곤 어딘가 위협을 한다. 나를 앞세워 지나 간다. 후렴이 너무 커요, 나는 한숨을 쉰다. 나는 흉기이지 흉기를 든 자는 아니다. 후렴에서 만나자. 후렴에서 나는 잠에 빠진다. 밤이 나를 들고 가는 동안 밤이 짬에 빠진다. 밤이 나를 들고 겨누어대는 세계도 같이 잠에 빠진다.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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