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푸른 편지 / 노향림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19.07.05|조회수435 목록 댓글 2

 

 작은 창문을 돋보기처럼 매단 늙은 우체국을 지나가면 청마가 생각난다 '에머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창유리 앞에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는 청마 고층 빌딩들이 라면 상자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는 머나먼 하늘나라 우체국에서 그는 오늘도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있을까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라고 우체국 옆 기찻길로 화물열차가 납작하게 기어간다 푯말도 없는 단선 철길이 인생이라는 경적을 울리며 온몸으로 굴러간다 덜커덩거리며 제 갈 길 가는 바퀴 소리에 너는 가슴 아리다고 했지 명도 낮은 누런 햇살 든 반지하에서 너는 통점 문자 박힌 그리움을 시집처럼 펼쳐놓고 있겠다 미처 부치지 못한 푸른 편지를 들고 별들은 창문에 밤늦도록 찰랑이며 떠 있겠다

 

 

 

[푸른 편지], 창비, 2019.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JOOFE | 작성시간 19.07.06 삼십년은 편지 보내느라 엄청 글을 썼지만 이제는 폰으로 문자만 짧게 쓰게 되었다지요.
    원고지를 훽돌려 칸 무시하고 썼던 편지들....푸른 편지는 아니고 약간 붉은 편지라고 해야 하나.^^*
  • 작성자플로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9.07.12 학교 다닐 적에 사촌 형이 보내준 원고지에 쓴 편지들 .....맞아요 약간의 붉은 빛 또는 초록빛 칸 위에 보내준 사람은 없고...남겨진 편지 몇 통들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