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대서쟁이 김장순씨에게
뻘밭에 갈매기만 끼룩대는 폐항
길다란 장터 끝머리에 있는 이층 대서방은
종일 불기가 없어도 훈훈하다
사람들은 돈 대신
막걸리 한 주전자씩을 들고 와
진정서와 고발장을 써 받고
대서사는 묵은 잡지 뒤숭숭한 시렁에서
마른 북어를 안주로 꺼내놓고 한마디한다
사람은 착하게 사는 게 제일이랑께
그저 착하게 사는 게 제일이랑께
그래서 줄포 폐항의 기다란 장터
술집에서 사람들은 나그네더라도 말한다
사람은 착한 게 제일이랑께
그저 착하게 사는 게 제일이랑께
* 줄포는 한때는 전북에서 군산항 다음가는 큰 상항이었으나 30년대부터 토사가
밀려들어 바다가 메워지면서 이제는 항구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길], 창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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