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706호
폭탄 돌리기
신미균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 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들 머리 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파란, 2020)
*
대한민국에서 가장 명랑명랑한 시를 만들어내는 신미균 시인께서 명랑명랑한 신작 시집을 내셨습니다.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신미균의 시를 읽다보면 명랑함 속에 숨겨진 물컹한 슬픔과 아픔들이 만져지지요.
「폭탄 돌리기」도 예외가 아닙니다.
옛날 티비 프로그램 중에서 허참이 진행했던 '가족오락관'이었던가요?
'폭탄 돌리기'를 제가 처음 티비에서 보았던 게.
암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한바탕 폭탄 돌리기를 벌이고 있는데요
어디 저 시 속의 가족뿐이겠습니까.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피디수첩> <제보자들> 등등 티비 시사 프로그램마다
가족오락관을 상영하고 있는 마당이지요.
어느 집을 막론하고 폭탄 돌리기가 한창이지요.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채플린의 말이 그럴 듯한 세상입니다.
나는 아니라고요?
우리 집은 아니라고요?
그것 참 다행입니다.
2020. 4. 27.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