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716호
나는 노새다
한승태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난 튀기다 수말과 암탕나귀 사이에서 나온 새끼는 버새다 노새와 버새는 새끼를 낳지 못하는 불구다 크기는 말만 하나 생김새는 당나귀를 닮았다 한때 노동 세계에서 힘깨나 쓰는 것으로 인기였다 몸은 튼튼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변덕 심한 주인도 잘 견디어 정신병에 걸리는 일도 없다 말없이 무거운 짐과 외로운 길도 능히 견딘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 『사소한 구원』(천년의시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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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시인의 신작 시집 『사소한 구원』에서 한 편 골랐습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오늘은
<나는 노새다>입니다.
노새는 자주 쓰는 말이지만 '버새'라는 말은 흔하게 듣는 말은 아니지요.
어미가 말이면 '노새'고
어미가 당나귀면 '버새'라고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한승태 시인이 이 시를 썼을까요?
당근 아니지요. 아니겠지요.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이 두 문장이 이 시를 읽는, 읽어내는 열쇠이겠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나, 바로 당신, 바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받아들이기에는 아프고 괴롭지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입니다.
나는 노새다, 라는 이 말을 듣고
나는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사람을 빼면 말이지요.
그나저나
노새와 버새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는 그런 날이, 그런 사회가 오긴 올까요?
돌아보면 노새로 살아온 세월이 저도 어느새 30년입니다.
2020. 7. 6.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