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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나는 노새다 / 한승태

작성자박제영|작성시간20.07.06|조회수202 목록 댓글 0

소통의 월요시편지_716호

 

 
나는 노새다


 

한승태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노새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난 튀기다 수말과 암탕나귀 사이에서 나온 새끼는 버새다 노새와 버새는 새끼를 낳지 못하는 불구다 크기는 말만 하나 생김새는 당나귀를 닮았다 한때 노동 세계에서 힘깨나 쓰는 것으로 인기였다 몸은 튼튼하고 아무거나 잘 먹고 변덕 심한 주인도 잘 견디어 정신병에 걸리는 일도 없다 말없이 무거운 짐과 외로운 길도 능히 견딘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 『사소한 구원』(천년의시작, 2020)





 
*
한승태 시인의 신작 시집 『사소한 구원』에서 한 편 골랐습니다.

 

<나는 가수다>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었지요.

오늘은

<나는 노새다>입니다.

 

노새는 자주 쓰는 말이지만 '버새'라는 말은 흔하게 듣는 말은 아니지요.

어미가 말이면 '노새'고

어미가 당나귀면 '버새'라고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한승태 시인이 이 시를 썼을까요?

당근 아니지요. 아니겠지요.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다"

 

이 두 문장이 이 시를 읽는, 읽어내는 열쇠이겠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나, 바로 당신, 바로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받아들이기에는 아프고 괴롭지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입니다.

 

나는 노새다, 라는 이 말을 듣고

나는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사람을 빼면 말이지요.

 

그나저나

노새와 버새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는 그런 날이, 그런 사회가 오긴 올까요?

 

돌아보면 노새로 살아온 세월이 저도 어느새 30년입니다.

 

 

 

2020. 7. 6.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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