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따가운 날
지붕에 올라 실리콘을 쏜다
느느니 짜증인가
내 목소리에 천장 어딘가에 실금이 갔으리라
그래, 내탓이다
어쩌다 한 번 하늘 바라보게 하지도 못하고
살며시 흔들리던 별들의 전언조차 외면했으니
햇빛과 바람과 비를 풀어
이리 소식 전한 것이 아닌가
틈을 메우다 보니
뒷담에 피어 있는 자귀나무꽃
위에서 보니
꽃빛깔이 더욱 선명하다
솜털 같은 무지개가 마당 한가득이다
위만 바라보는 생이 아닌
가끔은 아래를 내려다보는 생
지금 필요한 건
세상이 보내는 전언을 포착하는 일
물 젖은 벽지가 아내의 얼굴 같다
실금 가는 얼굴
사나워져가는 목소리
그래, 다 내 탓이다
오늘 밤은 가만히 아내의 곁에 누워
야위어가는 어깨 보듬고
잠을 청해야겠다
자귀나무 잎도 밤이면 살포시
서로의 어깨에 얼굴 파묻지 않던가
[숲에 세들어 살다],달아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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