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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대낮 / 김경인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0.07.13|조회수223 목록 댓글 0



내가 말없이 웃는 이유

넌 모르지?

내가 왜 웃는지는

사실 나도 모르는 비밀

우리가 만난 건 그러니까 단 하루뿐

지붕 위 날아오르던 빛나는 흰 깃털들은 모두 어디로?

죄다 뽑아 죽인 게 우리란 건 너무 지리멸멸한 고백

파피루스 심장 대신 부서지는 다디단 밤을

이제는 가느다란 실에도 고분고분해진 달아날 줄 모르는 두 다리를

물고,

뜯고, 

웃으면서 말없이

씹는,

이유 너는 알 리 없지

냄비 뚜껑을 끈질기게 밀어올리는 비애며

푹푹 뚝배기 가득 들끓었던 추억 따위

숟가락 푹 꽂아 후후 식히면서

저토록 핏기 없이 흐물거리는 살점이

너의 것이지 나의 것인지

아드득 씹는 이 뼈가 단단한 살의인지 사랑인지

영영 모르면서

밑간이 덜 된 채로 익어가는

삶을 쭈욱――,

찢어라

우리에겐 바짝 마른 꽃과 나방의 계절을 지루하게 상영하는 뒤집힌 두 눈뿐

무너진 지붕, 검은 깃털, 재로 불타올라라

밤이 영영 달아난 창백한 대낮에

그러니까

자, 건배!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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