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없이 웃는 이유
넌 모르지?
내가 왜 웃는지는
사실 나도 모르는 비밀
우리가 만난 건 그러니까 단 하루뿐
지붕 위 날아오르던 빛나는 흰 깃털들은 모두 어디로?
죄다 뽑아 죽인 게 우리란 건 너무 지리멸멸한 고백
파피루스 심장 대신 부서지는 다디단 밤을
이제는 가느다란 실에도 고분고분해진 달아날 줄 모르는 두 다리를
물고,
뜯고,
웃으면서 말없이
씹는,
이유 너는 알 리 없지
냄비 뚜껑을 끈질기게 밀어올리는 비애며
푹푹 뚝배기 가득 들끓었던 추억 따위
숟가락 푹 꽂아 후후 식히면서
저토록 핏기 없이 흐물거리는 살점이
너의 것이지 나의 것인지
아드득 씹는 이 뼈가 단단한 살의인지 사랑인지
영영 모르면서
밑간이 덜 된 채로 익어가는
삶을 쭈욱――,
찢어라
우리에겐 바짝 마른 꽃과 나방의 계절을 지루하게 상영하는 뒤집힌 두 눈뿐
무너진 지붕, 검은 깃털, 재로 불타올라라
밤이 영영 달아난 창백한 대낮에
그러니까
자, 건배!
[일부러 틀리게 진심으로],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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