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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 허연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0.07.13|조회수8,504 목록 댓글 1



 빼다 박은 아이 따위 꿈꾸지 않기. 소식에 놀라지 않

기. 어쨌든 거룩해지지 않기. 상대의 문장 속에서 죽지

않기.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 연습을 하자. 언제 커피 한잔

하자는 말처럼 쉽고 편하게, 그리고 불타오르지 않기.


 혹 시간이 맞거든 연차를 내고

 시골 성당에 가서 커다란 나무 밑에 앉는 거야. 촛불도

켜고


 명란파스타를 먹고 헤어지는 거지. 그날 이후는 궁금

해하지 않기로.


 돌진하는 건 재미없는 게임이야. 잘 생각해 너는중독

되면 안 돼.


 중독되면 

 누가 더 오래 살까? 이런 거 걱정해야 하잖아.

 뻔해,

 우리보다 융자받은 집이 더 오래 남을 텐데.


 가끔 기도는 할게. 그대의 슬픈 내력이 그대의 생을 엄

습하지 않기를, 나보다 그대가 덜 불운하기를, 그대 기록

속에 내가 없기를.


 그러니까 다시는 가슴 덜컹하지 말기.

 이별의 종류는 너무나 많으니까. 또 생길 거니까.


 너무 많은 길을 가리키고 서 있는 표지판과

 너무 많은 방향으로 날아오르는 새들과

 너무 많은 바다로 가는 배들과

 너무 많은 돌멩이들



 사랑해. 그렇지만

 불타는 자동차에서는 내리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문학과지성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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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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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동송 | 작성시간 20.07.16 플로우님
    오늘 초복 삼계탕 한그릇 했는가요

    시속에 빠지면
    슬픔의 노래
    이별의 노래가 될수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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