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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문성해]

작성자joofe|작성시간20.07.13|조회수280 목록 댓글 2

능소화 [문성해]




담장이건 죽은 나무건 가리지 않고 머리를 올리고야 만다
목 아래가 다 잘린 돼지 머리도 처음에는 저처럼 힘줄이 너덜거렸을 터
한 번도 아랫도리로 서본 적 없는 꽃들이
죽은 측백나무에 덩그랗게 머리가 얹혀 웃고 있다

머나먼 남쪽 어느 유곽에서도
어젯밤 그 집의 반신불수 딸이 머리를 얹었다고 한다
그 집의 주인 여자는 측백나무처럼 일없이 늙어가던 사내 등에
패물이며 논마지기며 울긋불긋한 딸의 옷가지들을 바리바리 짊어 보냈다고 한다

어디 가서도 잘 살아야 한다

우툴두툴한 늑골이 어느새 고사목이 되어도
해마다 여름이면 발갛게 볼우물을 패는 꽃이 있다


                  -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랜덤하우스, 2007






* 능소화의 꽃말은 여성, 명예이다.

이 꽃은 질 때에도 꼿꼿이 눈 시퍼렇게 뜨고 제 모습 그대로 떨어진다.

명예를 지키는 여성 같다.

아주 옛날 구중궁궐의 한 궁녀인 소화가 우연히 임금의 눈에 들어 사랑을 하였다고 한다.

다른 여자들의 시기로 인해 다시는 임금을 사랑할 수 없었지만

죽어서 담장에서나마 임금을 바라보는 꽃이 되었다나 어쨌다나.


여성들이여, 명예를 지키라. 능소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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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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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동송 | 작성시간 20.07.14 희대의 성폭력 사건이
    온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도

    집권당 여성국회의원들은
    재갈 물린듯 꾹 다물고 있고

    누가 피해자인지
    혼돈을 주는 오늘날
    능소화 너는 알겠지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joofe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07.14 권력의 시녀가 된 여성국회의원인 거죠.
    여성가족부는 왜 있는지 모르겠고
    똑같은 일이 계속 있는데도 침묵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여성들이 명예를 지켜내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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