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724호
부절符節
금시아
1
두 마을 경계에 무당집이 있었다. 남자 같은 무당을 장타랑이라 불렀는데, 사립문을 들어서면 마른 대나무가 먼저 바스스 몸을 떨며 아는 척을 했다. 예쁜 신딸은 대나무와의 사이에서 얻은 친딸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는데, 그래서인지 한 번도 엄마라고 부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했다. 목소리조차 가진 적이 없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했다. 신딸이 대나무 밑을 지날 때면 대나무가 자꾸 바스락거렸는데, 그래서인지 그녀에게는 바람이 가득하다고 수근대는 이야기가 무성했다.
이상하게도, 남자아이들은 무당집을 돌아 먼 곳으로 돌아다니다가도 예쁜 신딸이 들락거릴 무렵이면 주술에 홀린 듯 그 대문 앞을 얼쩡거렸는데, 그런 날이면 동네 여자들의 고함이 여기저기에서 터지곤 했다. 장타랑이 죽었다. 신딸이 사라졌다. 신딸이 사라진 날, 사람들은 무당이 죽던 날보다 더 섧게 몸을 떨던 대나무를 보았다고 했다. 장타랑은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을까. 엄마로 죽었을까. 엄마라는 이름을 내려놓았을까. 무당이 죽은 이후로는 어떤 수근거림에도 대문이 열린 적이 없다. 신딸은 올까. 마른 대나무만이 긴 목을 내밀고 담장 밖을 기웃거릴 뿐이다.
2
자식이 있었던 흔적이 마음에 있었다면 엄마가 있었던 흔적은 어디에 있을까. 이름만 남은 엄마의 체온은 바람이 아닐까.
기이하게도,
부절符節을 지참하고 다닐 때도 안절按節은 어디에서 또 다른 부절을 찾는다. 모든 마지막은 직전들과 짝이어서 죽음은 생과 맞붙어 있고 앞 없는 뒤는 없어 짝 없는 마지막이란 죽음이 아니라 고백이다.
묘하게도,
마른 대나무처럼 바스락거리는 기억의 존재는 무섭지 않고 신딸의 운명은 시시해도 좋다.
- 『입술을 줍다』(달아실시선29, 2020)
*
금시아 시인의 신작 시집 『입술을 줍다』(달아실, 2020) 상재를 축하드리면서, 시집 속의 시 한 편 띄웁니다.
<부절符節>
부절이 뭔지는 아시지요?
국어사전을 찾으면 이렇게 나옵니다.
"예전에, 돌이나 대나무ㆍ옥 따위로 만들어 신표로 삼던 물건. 주로 사신들이 가지고 다녔으며 둘로 갈라서 하나는 조정에 보관하고 하나는 본인이 가지고 다니면서 신분의 증거로 사용하였다."
그런데 시 속에 등장하는 "안절(按節)"은 어떤 뜻일까요?
사전에는 "한 방면을 맡아 다스리는 관찰사의 직무를 수행함" 또는 "그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나오는데,
시 속에 등장하는 안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순전히 독자에게 달렸지요.
저는 이 시를 읽고 도대체 "안절부절"못하는 것인데요....
'안절부절'이란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런 모양새를 참으로 기가막히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지요.
이런 시를 만나면 나는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걸까요?
나의 부절을 놓치고 또 놓치면서
얼마나 많은 안절부절을 지나 여기까지 왔더랬는지요?
또 얼마나 많은 안절부절을 지나게 될런지요?
2020. 8. 31.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