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738호
고백할까?
유현아
넌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
교복 치마에 껌 붙었을 때
너도 웃었잖아
사회 시간에 졸았다고 꿀밤 맞을 때
너도 킥킥거렸잖아
급식에 카레 나왔을 때 노랗게 물든 내 입술 보고
너도 깔깔거렸잖아
시험 망쳐서 책상에 엎드려 있을 때
내 어깨 툭툭 치고 갔잖아
네가 웃을 때 너의 눈이
두 가닥 실처럼 변한다는 걸 나는 알지
국어 시간에 시인처럼
시를 참 잘 읽는다는 걸 나는 알지
수학 시간에 선생님 설명 대신
창밖의 소리를 듣는다는 걸 나는 알지
가끔 학원 가는 대신 나처럼
피시방에 간다는 걸 나는 알지
그래도 넌 모를 거야 내가 누군지
나는 너를 좋아하는 그냥 나니까
- 『주눅이 사라지는 방법』(창비청소년시선31, 2020)
*
12월에 띄우는 첫 시편지입니다.
요즘 제가 이래저래 힘든 걸 어찌 알고
유현아 시인께서 "어깨 펴고 읽어"달라며 신작 시집(청소년시집)을 보내왔습니다.
문득 오래전 읽었던 그의 시집 『아무나 회사원, 그밖에 여러분』(애지, 2013)을 다시 꺼내 읽어봅니다.
「기타 등등과 함께 춤을」이라는 시에 붉은 색 메모를 남겼더군요.
"독특한 문장 경쾌하지만 슬픈 리듬, 시편지로 소개할 것"
"기타 등등과 함께 춤을 추자"던 시인이 이번에는 주눅 들지 말라며, 어깨를 펴라며
청소년시집을 보내왔네요.
두 딸도 이미 십대를 훌쩍 지나버렸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두 딸의 십 대가 기억 나질 않습니다.
두 딸이 십대를 보내는 동안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걸까요?
내가 바깥으로 도는 동안 두 딸의 십대는 아버지의 부재로 채우졌을 텐데.... 그런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유 시인(혹은 나와 당신들)의 십대가 고스란히 담긴 시집 속에서 한 편 띄웁니다.
「고백할까?」
좋아한다 말 한마디 못하지만,
내 마음 작은 방에는 '너'를 위한 방이 있고 그 방안에서 '너'와 함께 했던 무수한 날들...
그 방의 불은 꺼진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그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어쩌면 그 방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딸의 방에는 어떤 '너'들이 살고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한 아침입니다.
2020. 12. 7.
달아실출판사
편집장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