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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고백 / 손음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1.05.30|조회수127 목록 댓글 0

 

     비가 내리고 수제비 뾰얀 국물이 빗소리로 들끓는

다 선반에는 먼 나라의 접시와 촛대가 있고 비는 중얼

중얼 흘러내린다 수제비를 먹다가 창밖을 보다가 시무

룩한 평화가 찾아든다

 

  쏟아진 김칫물이 식탁의 가장자리에서 그대로 멈춘

다 붉은 줄의 난간에 서서 우리는 표지판 하나씩 들고

서로의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다 비가 내리고 오로지

그는 창밖에 서 있고 나는 너무 식탁에 오래 앉아 있다

 

  먹다 만 수제비가 있고 깍두기가 있고 목이 긴 꽃병

의 절벽 속으로 빗소리가 걸어 들어간다 빗방울이 허

공을 바늘 찢는다 우리는 어쩌다 빗방울 속에다 집을

지었나

 

  누가 밤의 긴 머릿결을 저리 오래 빗질하고 있나 비

는 그치지 않고 나는 식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다 그는

늘 창가의 사람, 그가 다시 문을 두드린다 빗방울을 두

드린다 밤새도록

   똑똑, 저 비의 밀을, 나는, 어찌할,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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