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더 가깝고 외로운 리타 / 이장욱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1.12.25|조회수223 목록 댓글 0

 

 만나러 와주세요.

 여기가 북극이라서 여행이라도 하듯이

 여기가 적도라서 탐험이라도 하듯이

 

매일 장례식이 열려요. 조의금을 주고받아요. 국가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대. 우울증이 있음. 이어폰을 귓속 깊숙이 밀

어 넣고

 

 집에 갔다. 집을 나왔다. 집에 갔다.

 나보다 더 가까운 곳에 북극의 펭귄과 적도의 새들

 내 귓속에 내리는 겨울비

 혈관 속을 흐르는 음악과 바이러스

 이봐요, 펭귄은 북극이 아니라 남극에 산다고.

 바이러스는 혈관이 아니라……

 

 당신의 가까운 생물이 사라졌어요.

 당신의 먼 사람이 앓고 있어요.

 어제는 외로웠던 누군가가

 내일은 지상에 없고

 집을 나오지 않았다. 집을 나오지 않았다. 집을 나오지 않았다.

 사라진 리타가 시를 읽고 있었다. 수유리에서

 북극에서

 내 귓속에서

 

 여행자가 실종되었다는군. 열대야가 다가오고 있어요. 주가가

급등했대. 폭설이 시작되었다.

 

 만나러 와주세요. 여기가 불가능한 곳이라도

 만나러 와주세요. 먼 사람의 꿈속으로

 

 열대우림에 내리는 폭설

 북극에 쏟아지는 빗줄기

 이곳에서 새들은 헤엄치고

 펭귄은 날아다닌다.

 

 좀 조용히 해줄래요? 음악이 안 들려.

 내 귓속에서 자꾸 중얼거리는 리타 때문에

 저기 저 빗속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더 가깝고 외로운 리타 때문에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