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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송용탁] ​

작성자joofe|작성시간24.05.17|조회수67 목록 댓글 0

결 [송용탁]

 

 

  빈 도시락 통이 다리를 퉁퉁 칠 때면 무릎 근처에서 달그락 물결이 일었다. 학교

마른 운동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길은 흐르고 나는 고인다. 이름 모를

꽃들이 내 이야기를 엿듣곤 했다.

 

  결이란 말은 혼자서도 혼자가 아닌 마음

 

  늘 골목 끝에 서 있던 엄마가 없다. 세상의 숨결이 겉잎을 버리는 시간. 혼자라는

속잎이 있다. 시시한 놀이가 거친 숨결을 달랜다. 견뎌야 하는 목록이 늘어날수록 숨

은 여러 결로 쌓였고 숨을 내쉬기 힘든 무게가 있었다.

 

  소실된 곳에 가면 세상은

  나를 설득하고 싶은 모양이다

  떠난 마음들이 사는 도래지가 있다고,

 

  노을의 손을 잡고 뛰었다. 엄마의 살에서도 물결이 인다. 살의 결이 말을 걸어 올

때 길은 생이 아닌 다른 힘으로 걷게 된다. 엄마와 살이 닿으면 다 말하지 않아도 엄

마는 알았다. 나는 혼자가 아닌 것 같아 응결된 마음이 눈물처럼 흘렀다. 세상의 길

이 붉게 일렁거렸다.

 

  빈 도시락 통이 달그락달그락 계속 흘러갔다.

 

          - 세계의 고아, 아시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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