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시사랑

삼월 / 이성복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3.24|조회수94 목록 댓글 1

나의 아이는 오늘 처음 자기 자리에 가 앉는다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자꾸 뒤돌아보며

아빠를 찾는다 아이는 제 이모가 사다준 빨간

원피스를 입고 아침부터 학교에 가자고 조르더니

학교에 와서는 이렇게 조용하기만 하다 삼월이라

창밖에는 찬비가 내리고 오버 깃을 올려도

목이 시리다 나는 또 아이를 두고 직장으로

가기 위해 눈짓을 하고 아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첫날의 기쁨은 찬비에

얼룩지고 삼월의 입김은 흐린 안개와 뒤섞인다

신호등 앞에서 아이의 원피스가 붉은 제라늄처럼

떨어지고 젖은 초록 눈동자 잠시 깜박거린다

 

 

[정든 유곽에서],문학과지성사, 1996.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아림 | 작성시간 26.03.24 까마득한 옛 일.... 삼월 그날의 설레임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