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나무의 추억 [송종규]
망가진 의자를 해체했다
여덟개의 나사못이 의자의 몸을 지탱해 온 것을
비로소 알았다 녹슨 몸을 비틀어
나사못들은 금세, 붉고 안락한
폐허의 집이 되었다
그 집에는
밤 12시가 살고, 고양이가 살고, 가문비나무가 살고,
가문비나무의 추억이 산다
아팠던, 청춘의 어느 순간들을
나는 그들과 더불어 살았다 그러나
온전히 망가지지 못했으므로
나는 다시, 집을 짓지 못했다
집이 없으므로 세월에 빌붙어 살았다
망가진 의자를 해체했다
구급차 한 대가 소리치며 달려왔다
- 고요한 입술, 민음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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