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를 위한 시 한 편 써줘
애인이 말했을 때 나는 거실 천장에 매딜아둔 풍경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는데
사람들은 섬이 외롭다고 하잖아 그런데 오빠랑 가면 재밌을 거 같아 언어로 마을을 만들자
애인은 종종 나보다 더 시인같이 말한다
시는 못 써줘
문학적 순간이 찾아와야 쓸 수 있어
나한텐 문학적 순간이 없다는 거야? 바보 시인 하지 마
그때 나는 섬이 외롭다고 생각했다 애인과 함께 있어도 섬은 외로울 것이다
우리는 섬에 가지 않고
헤어졌다 시 한 편 써주지 못했는데
하지만 시는 그런 게 아니다
오빠 언어에는 빛이 담겨 있어 눈부시게 살아
눈물이 나는데 울지 않았다 그건 시인의 권능 같아서
그리고 나는 이제 시인이 아니다
안녕 애인 잘 있니 지금이라도 할말이 있어 사실은 나에게 없는 거야 문학적 순간
그리고 이건 너에게 쓰는 시야
나는 더이상 시인이 아니거든 하루에도 천 번은 시를 쓰지 않을 거라고 다짐해 내가 쓰는 건 시가 아니야
빛은 감정이 없을 것이다 빛은 공감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 섬 같은 거실에 이렇게 꽉꽉 차 있지
눈이 부셔서 너무 슬펐다
[친구는 나의 용기],난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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