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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의 흰옷 / 문정희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08|조회수61 목록 댓글 0

흰옷 한 벌이 지붕 위에 놓이고

할머니의 장례는 시작되었다

 

흰옷은 저승을  향해 흔드는

인간의 백기

 

베옷 서걱이는 소리로

마중처럼 눈이 내리고

꽃상여가 만들어졌다

 

여덟 살 나는 사람의 몸 속에

꿈틀거리는 별 하나가 있음을 알았다

 

살아 있는 것들

또 다른 세계를 몸속에 품고 있어

어느 날 별이 태어난 그곳으로

꽃상여를 타고 흰 지전을 뿌리며

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할머니는 산으로 간다

할머니가 간 곳이 산이 아니라는 것을

몸속의 내 별들은 알고 있었다

 

그때부터

어떤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하지 않았다

 

허공 속으로 눈이 환유처럼 내리고

가뭇없이 사라지고

사람의 지붕에는

늘 흰옷이 놓여 있었다

 

 

 

[작가의 사랑],민음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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