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1040호
박새
유현숙
꽛꽛한 인사이동 명령이 A4용지 한 장에 굳어 있다 괄한 불로 고은 엿가락 같다 급브레이크에 휘청 등골이 접히고 미결제된 내일이 파티션 너머로 흩어진다.
사무실 창가 캐비닛 모서리를 더듬으며 기어오르는 아이비 한 줄기.
매운 칼날의 광합성이 실내를 가르며 탈출을 시도한다 그 마디 끝에 상흔의 시간들 질끈 매달아 푸른 덩굴손으로 뻗어 저 경계를 넘을 수 있다면,
모난 창 너머 철새 떼의 후미를 따라나설 수 있다면,
엄동을 건너 불모의 좌표에 로그온하여 그대의 개간지에 닿을 수 있다면,
제 몸의 속도를 잃어버리고 날 선 성정으로 솔가지 사이를 날아든 철새 한 마리 솔잎에 찔린 날갯죽지를 질문처럼 되묻듯 쪼고 있다.
- 『내일 뭐 해』(달아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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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숙 시인의 신작 시집 『내일 뭐 해』에서 한 편 골랐습니다.
"볕이 참 좋다. 내일 뭐 해?"
시인이 건네는 이 어눌한 질문은 단순히 시간을 묻거나 안부를 묻는 게 아닙니다.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의 쓸쓸이 내일의 쓸쓸에게 보내는 긴 편지"입니다.
시집에 가득한 쓸쓸 중에서 고른 오늘의 쓸쓸이 되겠습니다.
- 박새
철새를 꿈꾸는 텃새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텃새를 꿈꾸는 철새 이야기일까요
그도 아니면
박제가 된 철새 이야기일까요
아니지요.
시인은 지금
당신의 안부를 묻는 겁니다.
당신의 쓸쓸에 위로를 전하는 겁니다.
"내일 뭐 해?"
당신의 어깨 위로 포르릉 박새 한 마리 앉아 있는 게 느껴지나요?
그랬으면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2026. 6. 8.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