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도서관 [윤후명]
어느 날 '모루도서관'으로 특강을 갔다
강릉의 중앙도서관이었다
들어서기 전에 나무 그늘에 앉아
'모루'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예전에 대장간에서 흔히 본
받침쇠 아니었던가
쇠를 녹여 그 위에 올려놓고 두드리던 그 누구
내 이웃 그 누구
뜨거움에 땀 뻘뻘 흘리던 그 누구에게
무엇인가 배우고 있었던가
나는 특강에서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니 내 삶에서 모루는 무엇이었던가
여러 농기구를 벼르기도 했다
호미, 곡괭이, 쟁기 들이 내 삶을 지나가고 있었다
전쟁과 혁명에 피 흘리며 쓰러지던
군인과 학생도 보았다
드디어 ㄱ, ㄴ, ㄷ, ㄹ, ㅁ ······의 행진 ······
나는 시인이 되었다
그 밑을 모루가 받치고 있는 것이었다
- 모루도서관, 문학과지성사,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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