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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언니나무 / 박참새

작성자물머리|작성시간26.06.11|조회수81 목록 댓글 0

언니나무

 

 

 

 

   언니는 싫어하는 게 많다. 언니는 가끔 크게 말한다. 언니를 괴롭힌 사람 언니의 언니를 익사시킨 사람 언니의 안경을 부러뜨린 사람 언니의 책을 다 찢어 놓고 모른 척 다른 책을 잘만 사 읽던 사람. 언니는 기억력이 좋다.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다 말한다. 언니는 농담하지 않는다. 언니는 진심으로 바란다. 다 디이졌으면 좋겠어. 이윽고 언니는 그렇게 말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말할 때의 언니가 너무 귀엽기 때문이다. 언니는 생존자야라고 말했을 때 언니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게 생존이 맞냐고. 언니는 지독했다. 언니는 혼자 있었다. 혼자 있으면서 시를 썼다. 아직도 시를 쓴다. 언니는 살아남은 게 아니다. 언니는 살아남기 위해 살지 않았다. 언니에게는 자궁이랄게 없었다. 생리도 하지 않았다. 언니의 몸에는 엇나간 철길에서 삐져나온 철근 같은 것이 있었다. 징그럽게 울퉁불퉁했지만 그게 없었더라면 언니는 진즉 녹아내렸을 것이다. 지나치게 두텁고 우악스런 언니가 어쩌면은 쇠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언니는 너무 컸다. 일찍이 언니는 언니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언니는 싫어하는 게 많았다. 그게 무슨 삶의 이중 작용이라도 되는 것처럼, 무언가를 미워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인간처럼. 그런 언니를 사람들이 다시 미워하는 것은 쉽고 당연한 일이었다. 언니는 체념하지 않았다. 언니 당신이 더 많이 미워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언니는 미친 사람처럼 굴었다. 나는 그게 언니 탓이라고 생각했다. 언니가 미워하는 게 너무 많으니까. 나는 그런 언니가 싫었다. 어느 날 언니는 아주 큰 은행나무로 전부가 다 가려진 기기괴괴한 건물의 옥상에서 떨어졌다. 나무가 필요 이상으로 거대하고 복잡했던 나머지 하강하는 언니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언니 나무에 걸렸네. 언니는 그 은행나무를 죽이지 않고서는 못 살겠다고 소리쳤다.  언니는 허공을 가로지르며 자기가 미워싫어했던 것의 이름을 얼굴만 한 이파리에 하나씩 적어 그것을 불태웠다. 나무는 서운할 만큼 앙상해졌다. 언니는 연소되었다. 사람들은 좋아했다. 이파리가 없어도 나무는 나무니까. 좋아라 했다. 가려졌던 창문에 숨통이 트여서 도시의 바깥을 한참 내려다볼 수 있다고. 우리는 안전하게 여기서 그저 모든 것을 다 바라 내려다볼 수 있다고. 좋아라 했다. 하지만 나무는 멈추는 법을 몰랐고 계속해 역행하며 하강했다. 솟아나는 끝들이 하늘을 마구 찔렀다. 다시는 안 날 것 같던 이파리도 다 피었다. 더 징그럽게 더 많이 더 크게 더 많은 것을 가렸다. 다시 시야가 좁아진 사람들은 보이는 것을 더욱 자주 보게 되었다. 그렇게 은행나무가 새롭게 번거로워질 즈음에 사람들은 언니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미워했는데도 미움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언니더러 죽어서도 죽지 않는 징그러운 년이라고 욕했다. 사실 칭찬이 아닌가, 사람들이 조금 바보 같다고 생각했지만 밉지도 싫지도 않았다. 나는 안경을 다시 고쳐 쓰면서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년의 입 좀 다물라고

 

 

 

 

 

- 뭐,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베어 버렸죠. 게다가 뿌리가 너무 자라는 바람에 아스팔트가 다 찢어졌잖아요. 봐 봐요. 차가 못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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