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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살아 있어야 할 이유 / 나희덕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12|조회수51 목록 댓글 0

가슴의 피를 조금씩 식게 하고

차가운 손으로 제 가슴을 문질러

온갖 열망과 푸른 고집들 가라앉히며

단 한 순간 타오르다 사라지는 이여

 

스스로 떠난다는 것이

저리도 눈부시고 환한 일이라고

땅에 뒹굴면서도 말하는 이여

 

한번은 제 슬픔의 무게에 물들고

붉은 석양에 다시 물들며

저물어가는 그대, 그러나 나는

 

저물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떨어져내리는 시절이라 하지만

푸르죽죽한 빛으로 오그라들면서

이렇게 떨면서라도

내 안의 물기 내어줄 수 없습니다

 

눅눅한 유월의 독기를 견디며 피어나던

그 여름 때늦은 진달래처럼

 

 

[그러나 꽃보다도 적게 산 나여],수오서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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