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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충실한 삶의 어느 순간 / 서동욱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12|조회수43 목록 댓글 0

삶에 충실하자고

강아지는 공을 쫓아 달리고

까치는 떨어진 반지를 물고 달아난다

삶에 충실하자고

에이에게 비도 양보했는데

내 삶은 과연 잘 될까?

요즘 읽은 기사 중 가장 부러운 게

잉글랜드 목초지에서 로마시대 금화를 주운 농부였는데

금화를 주웠을 경우

어디로 가지? 경찰서에 가져가면

순경들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고

집에 피아노 배우러 오는 초등학생들이 얘기해 주었다

그들은 아주 열심히 귀띔해 주었는데

아, 쓸데없이 이야기를 옮기며 삶에 충실하지 못했구나

어른이 되면 씁쓰레할 것이다

얘들아 경찰서마다 큰 냉장고가 있고

거기 아이스크림이  가득 차 있어

삶에 충실하자고

애인에게 이제 본가로 돌아가가면 어떠나고 했지만

충실하기보다 그저 남인데 함께하는 삶이

시들해진 것 같고,

삶은 잉글랜드의 넓은 평원!

거기서 한 로마인이

애인에게 주려던 금화를 잃어버렸다니!

그날 애인은 도둑 까치에게 반지를 빼앗겨

꼭 위로가 필요했을 텐데......

수 세기 후

흙에 묻힌 금화와 반지는 누구에게도 충실하지 않지만

충실한 삶의 어느 순간

공을 놓치며 달리기만 하던 강아지를 떠올리며

하나 줍고 싶다

 

 

[유물론],민음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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