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충실하자고
강아지는 공을 쫓아 달리고
까치는 떨어진 반지를 물고 달아난다
삶에 충실하자고
에이에게 비도 양보했는데
내 삶은 과연 잘 될까?
요즘 읽은 기사 중 가장 부러운 게
잉글랜드 목초지에서 로마시대 금화를 주운 농부였는데
금화를 주웠을 경우
어디로 가지? 경찰서에 가져가면
순경들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다고
집에 피아노 배우러 오는 초등학생들이 얘기해 주었다
그들은 아주 열심히 귀띔해 주었는데
아, 쓸데없이 이야기를 옮기며 삶에 충실하지 못했구나
어른이 되면 씁쓰레할 것이다
얘들아 경찰서마다 큰 냉장고가 있고
거기 아이스크림이 가득 차 있어
삶에 충실하자고
애인에게 이제 본가로 돌아가가면 어떠나고 했지만
충실하기보다 그저 남인데 함께하는 삶이
시들해진 것 같고,
삶은 잉글랜드의 넓은 평원!
거기서 한 로마인이
애인에게 주려던 금화를 잃어버렸다니!
그날 애인은 도둑 까치에게 반지를 빼앗겨
꼭 위로가 필요했을 텐데......
수 세기 후
흙에 묻힌 금화와 반지는 누구에게도 충실하지 않지만
충실한 삶의 어느 순간
공을 놓치며 달리기만 하던 강아지를 떠올리며
하나 줍고 싶다
[유물론],민음사,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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