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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기-말라가는 물감의 표면 / 이제니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13|조회수45 목록 댓글 0

그러니까 그것은 되어가고 있는 중인 표면이다

 

물감은 아직 완전히 굳지 않았다

마르기 직전의 흔들림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시간의 호흡으로 살아갈 수도 있다

그것은 물질의 흔적으로 지워질 수도 있다

그것은 화창한 날의 기분으로 비출 수도 있다

그것은 굳이 두고 가는 마음을 헤아릴 수도 있다

그것은 손끝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낼 수도 있다

그것은 기억나지 않는 빛을 기어이 반사할 수도 있다

그것은 물풀과 향기와 창문과 이름을 반추할 수도 있다

 

 색은 고체가 되어가고 있다

 덧칠의 덧칠의 덧칠의 덧칠이 향하는 이야기에 기꺼

이 귀 기울이고 있다

 

 말라가는 것이 색의 색을 지워내고 있다

 말라가는 피무처럼 갈라지는 흩어짐으로 색의 변모

를 도모하고 있다

 

 시간의 표면은 굳어가는 것으로 흘러가고 있다

 

 굳지 않기 위한 몸짓을

 너는 오래도록 지켜본 적이 있다

 

늙어가는 나무처럼 비어가는 마음을

오래도록 들여다볼 때마다

너는

 

 말라가고 있다

생명을 떠나가고 있는 피부 위에서

투명한 얼룩으로 남을 때까지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빛을 향해서

 물들어가는 표면 아래로 물감은 색과 색을 모으고 있다

 소중한 것은 표면과 표면 사이에서 흐르는 것이라고

 

 

 보이는 것에서 만져지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보듬어지는 것으로

 

 다시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사라질 때까지

 보드라운 색의 무덤으로 업힐 때까지

 오직 고요하고 고유하게 빛바래고 있다

 

 

 

[영원이 미래를 돌아본다],문학실험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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