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꽃은 활짝 피었다가
내려가는 길에 조용하게
하얗게
꽃잎을 하나씩
떨구면서
기도한다
얼굴들을 하나
하나
하나
하나와 하나
내려가면서 마주칠 표정을
축복하고 중보하면서
새들에게 당부한다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도 맞고
잡지 못했던 사랑도 맞고
흘려버린 손목들 맞고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면
떠오르는 간절한
얼굴의 기도도 맞고
그걸 보름달이 훔쳐보고
질투했다는 이야기도 다 맞아서
그게 다 맞아서 내가
너를 만나서
너를 생각하면서 돌을 쌓았구나
내가 활짝 피었었구나
금실로 별들을 다 꿰매었구나
새벽이 와도
별의 자리는 여전히 다 맞아서
고개만 돌리면 보이고
한참 산을 오르다가
손을 펴보니 거기에
젖어 있던 꽃잎들도
모두 정말 다 맞아서 내가
활짝 피었었다고
활짝 피어달라고
당부한다
[참다 참다 초록을 흘리고],난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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