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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랑

태양약국 / 허수경

작성자플로우|작성시간26.06.15|조회수55 목록 댓글 0

     우리 마을버스 정거장 앞에는 태양약국이 있더이다 붕

대 사러 연고 사러 감기약에다가 모든 계절의 통증을 치유

할 약들을 사려고 그곳에 들렀더이다

 

 왜 하필 약국 이름이 태양인지 모르겠소 약사 얼굴

도 기억나지 않소 다만 태양이 져도 떠도 그곳은 태양약국

 

 엊그제 간판을 내리고 문 닫은 약국 앞에서 나는 오래 서

성였더이다 간판 없어도 그곳은 태양약국

 

    셔터 내린 태양약국 앞에서 나는 통증을 치유하러 어떤

약국으로 가야할지 고민했더이다 달약국 별약국에는 가지

않을 거라오 약이 올라 하는 소리가 아니오 다만 태양약국

의 늙은 간판 속으로 들어가 아주 오래된 약을 사고 싶었을

뿐이오

 

    태양이 사라진 마을에는 버스가 섰고 아이들은 우우거

리며 내리더이다  와글거리며 누런 고사리처럼 마을 벤치

에 앉아서 컵밥을 먹더이다

 

    얼굴 모르는 약사의 손가락에서 나던 약냄새가 그립소

약냄새만! 징글징글하던 약냄새가! 사람이 사라지면 냄새

도 사라지고 냄새 속에서 물망초도 상록수 그늘도 밥을 울

어주는 벼도 시름과 통증도 사라지더이다 모두 태양약국

앞에서 길을 잃었더이다 개 한 마리도 저처럼 그 앞에서 컹

컹, 짖었더이다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난다,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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